지난 6월 24일에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첫 입찰을 하러 갔었습니다. 입찰을 앞두고 정말 많은 입찰 관련 글과 후기, 탐방기를 보고 갔습니다. 사실 첫 입찰을 하고 와서 바로 후기를 작성하려 했지만, 역시 저는 생각만큼 부지런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주 1회씩 입찰을 시도하여 네 번의 입찰을 마친 지금에야 첫 입찰 후기를 떠올려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든 기록 하나 정도는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그렇지만, 그렇게나 많은 글을 검색해 읽고 갔음에도 역시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에 혹시라도 또 도움될 분이 계실까 하여 글을 적어봅니다. 1. 성남지원, 주차를 할 수가 없다! 경매 절차는 10시부터 시작한다해서 부지런쟁이 흉내를 내며 9시 조금 전에 도착했습니다. 일찌감치 도착한 것이 뿌듯했지만, 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성남지원은 법원 내 주차장이 너무 협소해서 절대 주차를 할 수 없습니다. 외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15대도 안될 것 같아요. 주변을 돌다가 돌다가 정말 겨우 겨우 운 좋게 주차를 했고, 법원까지 꽤 걸어서 다시 올라갔습니다. 큰 길에서 법원 건물까지는 꽤 오르막이에요. 체력이 즈질이신 분은 조금 더 서두르셔서 더 천천히 걸어가세요. 2. "저, 여기 경매하는 곳이 어디..." 성남지원의 경매는 제5호 법정에서 진행합니다. 9시 20분까지는 법정이 닫혀 있어 문 앞이나 옆 흡연구역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개문해주시면 우르르 들어갑니다. 저는 처음 와본 티 많이 내지 말아야지 하고 태연하고 시크하게 문 앞에 걸터 앉아 있었는데, 사실 어디에서 태연하게 앉아 있으면 되는지도 몰라 여기저기 들어가 물어봤더랬습니다. 생각보다 법원 직원 분들도 잘 몰라서 대답 못해주시기도 합니다. 앉아 있다보면 처음 오시는 분이 엄청 많습니다. 오는 사람 셋 중 하나는 처음인 분들 같았습니다. 처음 와본 티 좀 나도 전혀 창피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누가 와서 뭔가 물어봐도 친절하고 당당하게 대답하세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 3. 의자에 앉으려면 부지런하게! 성남지원 경매 법정 내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법정의 앞쪽에는 법대가 있고, 그 앞으로 약 50석 정도의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좌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왼쪽 벽면에 입찰표를 작성할 수 있는 입식 작성대가 여섯 자리 정도 있습니다. 개문 후 10분 정도가 지나면 법정 내에 앉을 자리는 거의 없게 됩니다. 서두르세요! 문 열어주실 때 바로 들어갈 정도로 기다리던 분이 아니라면 의자에 앉기는 거의 어렵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찍 도착했다면, 화장실이든 흡연이든 일단 의자를 찾아서 가방부터 놓고 움직이세요. 본인의 사건에 입찰자가 매우 많다면 모를까, 일반적인 상황이면 1시까지 서 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부채보단 손풍기를 챙겨가세요. 사람 많아지면 미치도록 덥습니다. 서 있고, 사람이 좀 많다면 부채로 부채질 하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4. 입찰표, 10시 10분과 11시 10분! 9시 40분부터 입찰의 주의사항을 집행관님께서 계속 읊어 주시고, 다른 집행관님들께서는 입찰표 교부나 접수를 위한 준비를 하십니다. 10시 10분 쯤 되면 입찰표 교부를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는 입찰표를 절대 주지 않습니다. 입찰표가 교부됨과 동시에 입찰표 접수를 시작하시고 11시 10분까지만 입찰표를 접수받습니다. 다른 법원은 모르겠습니다만, 성남지원은 11시 10분이 되면 입찰표 접수를 마감합니다. 접수 마감이 선고된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5. 입찰표 분류 작업을 주시하라! 11시 10분, 입찰표 접수가 마감되면 이제부터는 약 30분간 서류 분류 작업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건끼리의 입찰표를 모으기 위한 작업이지만, 그와 함께 특수한 입찰 상황을 먼저 확인하거나 입찰 서류에 문제는 없는지도 간단히 검토하면서, 입찰자가 많은 사건을 최대한 먼저 진행해 혼잡한 법정을 정리 하기 위함입니다. 이 때!! 성남지원 집행관님들이 서류를 분류하면서 하시는 말과 서류 세는 모습을 잘 보세요. 사건 번호를 직접 부르면서 한 장 한 장 세어 정리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어쩌면 그 사건의 입찰 수를 미리 알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입찰한 사건 번호를 부르면서 입찰 봉투를 하나만 세었다면!? 후훗 6. 입찰표 작성을 위한 재빠른 몸놀림! 첫 방문 때 입찰표를 받고 신기해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쳐다보고 작성 방법을 검색과 복기하다가 입찰표 작성을 위해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대기줄이 어마무시하게 길어져 있었습니다. 모두 신중하게 입찰표를 작성하시기 때문에, 작성대 여섯 자리로는 대기줄이 매우 길고 쉽게 줄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찰표를 받자마자 움직여야 하고, 그러려면 입찰표 작성을 위한 준비물을 미리 손에 쥐고 교부받아야 합니다. 만약 입찰 사건이 두 건 이상이라면 입찰표를 교부받을 때에 건수를 말씀드리면 그에 맞춰 교부해 주십니다. (너무 당연한 부분이었는지, 의외로 이거 아무리 검색해도 언급해주시는 분이 없어서 한참 몰랐음 ㅠㅠ) 10시 5분이 되면 입찰메모, 도장, 신분증, 휴대폰을 미리 손에 쥐고 법대 앞으로 미리 이동하세요. 그리고 입찰표를 교부받자 마자 바로 비어있는 작성대를 향해 튀어가세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지나갈께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엌 죄송합니다, .." 6. 특이 사항이 있다면 집행관에게 요구하라! 기본적으로 입찰자가 지나치게 많거나 특이사항이 있는 사건이 있다면 미리 선별해 먼저 진행합니다. 그 외에 내가 내가 임신부이다, 내가 노약자라 힘이 든다, 내가 아기를 안고 왔다. 등등의 상황과 같이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라면 정말 감사하게도 집행관님깨서 먼저 사건번호를 물어보시고 해당 사건을 먼저 진행하여 빠르게 귀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십니다. 또 집행관님께서 미리 몸이 불편한 분이 있는지도 물어보십니다. 그 때, 혹은 물어보지 않으신다면 먼저 집행관님께 요청을 하면 됩니다. 7. 법원 방문 및 경매 입찰 행동 요령 정리 1) 법원 외부에 주차할 곳을 미리 찾아둔다. - 인근 공영 주차장, 노상 공영 주차장 추천 - 모두의 주차장과 같은 앱을 이용하면 전날 미리 할인 선결제도 가능 2) 앉고 싶다면 적어도 9시 30분 이전까지는 도착한다. - 입찰표 교부를 대비하여 오른쪽 맨 앞줄 의자 강력 추천 3) 11시 10분이 지나면 입찰표 접수는 불가능하다. 4) 준비물을 미리 챙겨 [입찰표 교부 → 작성 → 접수]까지 한 큐에 진행한다. - 입찰 관련 사항 메모(프린트, 파일 등), 도장, 신분증, 휴대폰 등 - 작성대에 붙박이 볼펜 두 자루와 인주가 비치되어 있음 5) 입찰 건수가 많다면 입찰표 교부 시에 요청한다. 6) 몸이 불편하거나 빠른 귀가가 필요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요청할 수 있다. 7) 법정 밖에서도 스피커를 통해 진행 상황을 충분히 알 수 있다. - 본인의 사건이 진행될 때에는 입찰표를 접수했더라도 꼭 법정 내에 직접 있어야 함 8) 아쉽게도 성남지원의 구내식당은 맛이 별로 없다. - 하지만 낙찰받은 날은 맛있음 - 외부인 7,000원 9) 법원 첫 방문자가 생각보다 많다, 쫄지 마라! 스스로 감히 판단하기에 첫 입찰인 것 치고는 상당히 선방했었다 봅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차이로 차순위 패찰했거든요. 다음 3순위와의 금액도 엇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실제 입찰은 하지 못한 채 입찰가만 산정했던 모의 입찰건 중에서는 낙찰가도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거주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입찰했기에 보완이 좀 되었을 뿐, 여전히 입지나 물건지 분석은 주먹구구식이나 생략된 부분이 많아 퀄리티가 떨어져 공부가 너무나 필요합니다. 하지만 첫 입찰 전까지 몇 달간 유사한 입찰 대상을 꾸준히 선정하고 분석하고 조사하고 준비했던 저 나름대로의 입찰 방법이, 또 그간의 공부가 그래도 의미가 좀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 입찰이고 첫 법원 방문이었기에 제 입찰 사건이 끝난 후에도 계속 자리에 앉아서 제가 조사했던 다른 물건지의 사건 진행을 들으면서 분위기나 상황도 살펴봤습니다. 처음이라 그런지 재미있는 상황이 많더라고요.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법정이었습니다. 재미있게 구경하고, 메모하고, 공부했던 하루 였습니다. 비록 초심자의 운이 따라 첫 입찰에 낙찰되는 행운을 겪지는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지만 제 인생에 있어 큰 변화의 물꼬를 터주신 송사무장님을 비롯해 행크의 많은 쌤들, 그리고 행크의 수 많은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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