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직접적으로 부동산 거래를 통해 세입자로 거주한 적은 없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집살림을 하게되어 원룸에 들어가게 되었다. 보증금은 200에 월세 30 관리비 2 이걸로 건물주가 남는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였으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임대인은 3층짜리 건물에 1층에서 취미로 카페 운영을 하고 있었고 방이 몇 개인지 살펴보니 대략 8개 호실정도 되는거 같다. 이곳에서는 수요가 풍부하여 호실은 항상 만실인 듯 하고 부동산 계약하면서 등기를 살펴보니 어라? 근저당 잡힌게 하나도 없고 깔끔하네? 그 말인 즉 건물주가 찐 건물주라는 것이다. 부동산에서는 말한다. 건물주는 몇 년전에 올 현금으로 해당 건물을 매입해서 취미로 카페 장사하면서 유유자적 삶을 사시는 분이라고. 어떻게 돈을 모아서 이런 건물을 사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하고 간혹 방에 들어오기 전에 1층 카페를 들러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하며 갑을 관계에서 뜨뜨미지근한 라포를 형성중이다(?) 그나저나 원룸 살아보니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이 관리비 포함해서 월세 32지 전기세 별도, 가스비 별도 대략 보수적으로 40은 깨진다. 짝꿍이 좀 애껴쓰라고 쿠사리를 준다...나름 아껴쓴건데 하 그리고 월세 납입일을 계약일이 아닌 조금 편하게 월급날로 변경 요청하였으나 부동산에서 집주인에게 말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계약일 기준 2번째 달 월세 납입일 3일을 초과하자 집주인 문자가 날라온다. '잊으셨나봐요.'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꽃힌다. 하지만 걱정마라. 문자를 치는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여차저차 부동산에 전달한 내용을 말하니 역시나 부동산에서 집주인한테 통보가 안된 모양이다. '아 그런줄도 모르고..편한 날 입금하세요' 이런저런 세입자의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는 것을 보니 확실히 여유있는 집주인이 틀림없다. 가전 하나가 고장났다고 하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음 날 바로 새걸로 배송해서 교체해준다.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소모품은 그냥 내돈으로 교체하고 집주인한테 이런거 바꿨어요~ 얘기만 해도 집주인은 고맙다고 계좌를 불러달라고 한다. 사실 난 돈을 바란게 아니라 내 집 물건이 아니니 이런건 내가 교체해서 쓰려면 당연히 집주인에게 통보하는게 맞는 이치라 생각해서 그런건데 조금 놀라웠다. 원룸의 단점은 구조도 구조지만 역시 방음이 잘 안된다는게 애로사항이다. 그래도 이 가격에 제 몸 하나 뉘일 공간을 구하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하며 정신승리중.. 내 집이 아니다보니 내집처럼 안락하고 편안한 그런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 지내다보니 문득 실전에서 매사 부정적인 댓글과 남들에게 비수를 꽃는 댓글을 남기는 이들이 간혹 생각나는데 '아..이런곳에서 계속 지내면 누구라도 저렇게 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며 어처구니 없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굴 걱정하는건지....ㅋ 살다보면 느껴지는게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주거의 형태로 상대방의 정도(?)를 가늠하거나 어떠한 기준이나 잣대를 들이미는 짓은 정말 유치한 짓이다. 어설프게 급을 나누고 갈라칠 생각은 하지말고 현생을 사는게 좋지 않을까 내가 원해서 세입자가 된 건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원룸 생활을 통해 느껴지는게 많은거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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