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정부의 보유세 인상 기조를 보면서, 강남3구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문득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단기적 영향: 조세 전가와 매물 잠김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집주인들이 당장 집을 팔까요?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거래가 뚝 끊기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합니다. 버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쥐고 가면서,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월세화)하기 시작하죠. 전세가 반전세로, 반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며 임차 시장의 주거비만 껑충 뛰게 됩니다.
2. 한계점 도달: 파산 직전까지 가는 버티기 세금 때문에 집을 판다는 건, 합리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니라 가계 경제가 실질적인 '파산 상태'에 직면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을 때 비로소 일어나는 일입니다. 강남 핵심지의 똘똘한 한 채는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자산의 최후 보루이자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니까요. 이 끈질긴 버티기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3. 장기적 영향: 완벽한 필터링과 그들만의 리그 이 버티기가 장기화되면 무서운 결과가 나타납니다. 바로 동네 자체의 필터링 효과입니다. 치솟는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 즉 압도적인 현금흐름이 증명된 자산가들만 살아남아 모이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내심 반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세금이라는 징벌적 비용이 거대한 진입 장벽이 되면서,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사는 배타적 프리미엄이 더 확고해지니까요.
4. 해외 사례가 증명하는 부작용 이건 단순한 뇌피셜이 아니라 해외 핵심지 부동산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프랑스의 부동산 부유세(IFI) 도입과 파리 집값의 폭등: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부유세의 대상을 부동산으로 한정 지어 세금을 때렸을 때(2018년), 파리 핵심지구의 집값은 잡히기는커녕 오히려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가파르게 우상향했습니다. 현금흐름이 부족해 세금을 감당 못 한 기존 은퇴자나 중산층들이 내놓은 매물을,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이 '트로피 자산'으로 순식간에 흡수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매도 물량이 시장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초부유층의 수요와 맞물려 최고급 부동산의 가격 하한선만 한 단계 더 높여버리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미국 뉴욕/뉴저지의 고율 재산세와 가격 하방 경직성: 미국의 핵심 학군지(뉴저지 버건 카운티 등)는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살인적인 재산세를 부과합니다. 그렇다면 세금 부담 때문에 집값이 내렸을까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 지역 주택들은 경제 위기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하방 경직성을 보이며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높은 세금이 최고 수준의 학군과 치안 유지비로 쓰이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 전문직들만 동네에 남아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합니다. 세금이 그 지역의 집값을 떨어뜨리기는커녕, 가격을 방어하고 수준을 거르는 가장 강력하고 합법적인 필터링 도구가 된 셈이죠.
5. 결국 낙마하는 건 경계선 계층, 그리고 극대화되는 자산 양극화 결국 이번 보유세 인상으로 가장 뼈아프게 타격을 받고 떨어져 나가는 건 최상위 부자들이 아닙니다. 자식 교육이나 인프라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아득바득 영끌해서 강남 언저리에 턱걸이로 진입했던 분들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에 속하고 싶고 동질적인 집단에 끼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데, 국가가 만든 인위적인 허들이 간신히 매달려 있던 사람들의 손을 강제로 놓게 만드는 격이죠. 이들이 조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초양극화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결국 강남이라는 핵심지는 어지간한 소득으로는 진입조차 불가능한 철옹성이 되고, 나머지 지역과의 자산 격차는 영원히 좁힐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아이러니하게도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고, 부의 양극화를 더욱 견고하게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건 아닌지 참 씁쓸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