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SNS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화면을 툭툭 쳐봤다.
혹시 내 눈이 잘못됐거나 알고리즘이 꼬인 줄 알고.
사업 자금으로 속이고 대출받아 부동산 투기하면 사기죄로 형사 처벌하겠다. 편법과 탈법을 용인하지 않겠다. 문장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정의의 사도다. 근데 이 대사를 본인이 직접 치면 안 되지. 코미디 영화에서 악당 보스가 갑자기 지구 평화를 외치는 꼴이잖아.
저 기막힌 사업자 대출 영끌 투기의 가장 완벽한 교보재가 누구냐. 바로 양문석 아니냐. 그 양문석이 누구인가. 본인이 야당 대표 시절, 온갖 언론과 여론이 저 사람은 대출 사기꾼이다, 공천 주면 안 된다, 어차피 금배지 떨어진다고 귀에 피가 나도록 뜯어말렸는데도 기어코 공천장 쥐여줘서 국회로 보낸 그 사람이다. 강성 지지층 속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발언 좀 한다고, 그 명백한 범죄 혐의를 눈감아준 게 바로 본인이라고.
본인이 불량품인 거 뻔히 알면서 유통해 놓고, 이제 와서 소비자가 환불해달라니까 이런 불량품 만드는 놈들은 가만 안 두겠다며 몽둥이 들고 설치는 꼴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으면 제가 그때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부터 숙이는 게 상식 아닐까. 아, 미안. 내가 이 정권에 너무 높은 도덕적 기준을 들이댔다.
그럼 도대체 왜 갑자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무리수를 둔 걸까. 뻔하지 뭐. 시선 돌리기용 연막탄아닐까 싶다.
지금 청와대랑 여의도 돌아가는 꼴을 보면, 김어준이랑 공소 취소 거래설 진실 공방 하느라 진영은 반으로 쪼개져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지, 정청래는 검찰 완전히 찢어버리겠다며 폭주해서 법조계도 부글대고있지, 트럼프는 호르무즈에 군함 보내라고 영수증 들이밀지, 이란 전쟁 때문에 기름값은 미쳐 날뛰지. 한마디로 사방이 지뢰밭이다.
이럴 때 제일 만만하고 가성비 좋은 카드가 뭐였더라?. 바로 부동산 투기꾼 악마화다. 부동산 투기 세력 때려잡자 한마디면 흩어졌던 지지자들 눈빛이 반짝이면서 다시 뭉치거든.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을 가리는 데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패는 것만큼 확실한 진통제가 없다.
그리고 덤으로, 이 메시지는 헌재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지는 양문석을 향한 조용히 좀 뒤져라라는 경고장역할도 있는 듯하다. 뚝딱뚝딱 날림으로 통과시킨 재판소원제 덕분에, 방 빼야 할 양문석이 가처분 내고 부활하려 하니까 골치 아프거든. 내가 투기꾼 잡겠다고 벼르고 있으니까, 넌 그쯤에서 눈치껏 방 빼라는 우회적인 압박인 셈이다.
지방선거 다가오니까 또 정의로운 척 코스프레 시작한 거 세상이 다 안다. 아무리 급해도 거울은 좀 보고 살자. 본인이 뱉은 그 날카로운 저주의 화살, 정확히 한 바퀴 돌아서 본인이 꽂아준 양문석 금배지, 그리고 본인 정수리에 꽂히고 있으니까. 투기꾼 잡겠다는 그 핏대 선 목소리가 웅장할수록, 뒤에서 팝콘 먹는 우리들은 그저 배꼽이 빠질 뿐이다.
박주현님 글 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