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집값이 여기까지 오른건 다주택규제가 약해서가 아니다. 1주택에 대한 세금혜택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역대 좌파정권은 집값 잡는데 별 도움도 안되는 어리버리 다주택만 밟아 대면서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인 1주택 특혜에 대해선 입도 뻥끗 하지 않았았다. 1주택 유권자 수가 다주택 유권자 수의 열배쯤 되는 표밭 구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재명도 기존 좌파정권과 다르지 않았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비거주 1주택자 등 소수의 유권자 집단만 표적으로 삼아 마녀사냥식 공격을 할 뿐 문제의 핵심이자 본질인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세금혜택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었다. 때문에 뭘 좀 아는 사람들은 지선 후 어느시점부터 통제불가능한 상승장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재명이 1주택까지 전선을 확대한 메세지를 내기 시작했다.
"각종 규제와 부담은 실주거용 1주택을 기본으로, 주거여부·주택수·가격수준 등에 따라 세밀하게 가중치를 줄것",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지금까지 모든 정권이 못본체 했던 1주택 특혜에 손댈 가능성을 언급한거다. 얍삽한 이미지로 볼 때 나라가 어디로 가든 오로지 표계산을 할 위인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을 보인거다.
어쨌든 1주택에 대한 과세 정상화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1주택 과세 정상화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유권자의 다수인 1주택자 상당수가 지금보다 불리한 세제상의 지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표를 잃을 위험이 매우 큰 선택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태, 주변인물 연쇄 자살, 김부선 스캔들, 형수욕설 등의 사건을 통해 천성이 간교하고 사악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이재명이 국익을 택하고 표를 버리는 대승적 선택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상상하기 힘들다. 사기대출로 강남아파트를 매입했다는 논란이 들끊던 양문석을 대놓고 공천해 준 이력을 봐도 이런 판단은 확신에 가까워진다. 솔직히 이재명이 1주택 과세 정상화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아마 이재명은 지지율이 워낙 견고하고 경기마저 좋은데다 국힘이 알아서 미친짓을 해주니 1주택까지 전선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거다.
하지만 호기롭게 1주택에 도발하자 마자 서울에서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때맞춰 이란전쟁이 자본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어쩌면 이재명은 지금쯤 실수를 깨닫고 있을 거다. 꼬리내릴 구실을 찾고 있을거다.
실제로 주가급락 등 많은 일이 벌어진 최근 몇일 사이에 이재명의 부동산 관련 멘트는 급감했다. 본격적으로 지지율이 내려가면 이재명은 또 특유의 뱀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바꿀거다. 그러니 고가 1주택 보유자들 아무 걱정들 마시라. 다주택자 때리기의 반작용으로 머지않아 엄청난 불장이 시작될 가능성도 꽤 있다.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최근 집값이 다소 진정되었던 것은 다주택에 대해 이재명이 쏟아낸 거친 메세지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공세가 1주택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재명이 실제로 전선을 1주택으로 확대할 듯한 메세지를 내기 시작했던거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게 뻥카임이 드러나는 순간 다주택자를 고문하던 죽이던 상관없이 집값은 더 강하게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1주택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은 지구 최강을 넘어 가히 초현실적인 수준이다. 1주택 과세 정상화를 진짜로 밀어 붙이면 서울 집값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서울 집값은 1주택에 대한 세제상의 특혜로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1주택 특혜 폐지가 현실이 되면 잠실 엘리트 국평을 20억 이상에만 팔아도 결국 위너가 될지 모른다. 집값 하락폭에 보유세 부담분과 늘어날 양도세 부담분까지 더하면 실제 이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울의 집값이 뉴욕 집값과 맞먹는건 세제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서울은 기축통화국의 수도도 아니고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것도 아니고 국제금융중심지도 아니면서 북한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지정학적 위험까지 있는 지역이다. 이런 서울의 대지지분 10평짜리 국평 아파트가 한강 할아버지를 끼고 있다한들 70~80억을 호가하는 현실은 1주택에 대한 오랜 특혜가 부추긴 광기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뉴욕에는 천억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고? 그런 아파트는 서울의 양산형 아파트와는 다른 형태의 주택이다. 전 세계에 단 한 채 밖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형태의 초호화 고사치성 주택이다. 그런 아파트를 기준으로 뉴욕의 집값을 평가하는건 대한민국 한남동의 재벌들 사는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서울의 집값을 평가하는 것처럼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집값 펌핑하는 세력들이 되는대로 지껄이는 소리일 뿐이다. 뉴욕의 일반적인 국평급 아파트는 꽤 괜찮은 지역도 3~40억 정도면 구입가능하다.
현행 대한민국 세제에서 1주택자는 매도가액 기준 12억까지 완전 비과세 혜택을 받고 12억 초과분에 해당하는 차익의 80%에 대해서는 무제한의 공제 혜택을 누리게 된다. 집값 안정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온 대한민국의 세법 규정이라고는 믿기 힘든 혜택이다. 1주택이라고 해서 가액불문하고 이런 혜택을 주는 나라는 없는 걸로 안다.
표계산에 목이 멘 정치로 인해 1주택이라면 보유세도 있으나 마나 한데다가 집 팔아 번 돈에 초현실적인 세금혜택을 주니 공장팔고 논팔고 상가팔고 오피스텔 말고 건물팔고 영혼까지 팔아서 똘똘한 한채로 돈이 몰린 거다.
1주택에 대한 과세가 미국의 반만큼이라도 정상화되면 5년내에 강남권 -50%, 준강남권 -30%, 기타 서울 -10~-20% 수준의 하락이 가능하다고 본다. (노도강 등은 보합 예상한다) 여기에 늘어난 보유세 지출액과 강화된 양도세까지 감안하고 나면 실제 하락율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어디서 무슨소리를 들었는지 1주택에 대한 보유세 현실화와 장특공의 폐지나 축소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최근 하나둘 늘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런 걱정은 기우가 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한채를 움켜쥐고 악으로 깡으로 버텨온 은퇴자들이나 영끌족들은 완전히 불안을 털어내기 어려운 시간이 왔지 싶다. 최근의 분위기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이 문제라는 인식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할 기제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뉴욕에 30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하면 매월 400만원 정도의 Property Tax를 내야 한다. (미국은 보유세를 매달 내야함) 30억 짜리 아파트는 그럴만한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월 400만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30억짜리 아파트를 안팔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얼미나 될까? 집값 대비 소득수준이 낮은게 아니라 소득수준에 비해 집값이 너무 올라버렸다. 표계산 하느라 기형적 세제가 고착된 탓이다.
초등생이 저축한 코묻은 돈에 붙은 이자 천원에도 세금 14%를 에누리없이 원천징수 해버리는 나라에서 아파트 팔아서 번 돈 10억에는 1.2%의 세금만 떼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10억에 산 아파트를 20억에 팔아서 번 돈 10억에는 1.2%인 1,200만원의 세금을 떼면서 같은 조건으로 공장을 사고 팔았을 때는 3억원을 뜯어가는 나라가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창업과 사업의 유지에 필요한 공장을 장만하려고 전세에 들어가거나 집을 줄이는 선택을 한 이들을 강남에 영끌한 사람들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일 수 없다.
Ps., 미국의 경우엔 우리나라처럼 1주택이라고 100억 차익에도 양도세가 한자리 수 밖에 안되는 초현실적인 일이 일어날 날 수 없다. 양도차익이 2~30억원 정도인 경우 통상 미국의 양도세가 한국의 5배 수준이다. 게다가 매도자는 일반적으로 매도가격의 약 5%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내야한다. 보유세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1주택 기준으로 얘기한거고 비주택이나 다주택의 경우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훨씬 양도세 부담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