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서울 아파트 소유를 의자 뺏기 게임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는 가진 사람보다 갖고 싶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총 통화량 증가분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시세가 우상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고도로 전산화되었기 때문에 전 국민 누구나 손바닥 안에서 서울 아파트 시장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전국의 2300만 가구 모두가 단 150만 호에 불과한 서울 아파트를 가지려 하는 경쟁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단순히 계산하더라도 서울 아파트를 가지기 위한 경쟁률은 1:15에 달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전체 150만 호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 중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멀쩡히 경비실이 붙어있는 중대형 아파트 단지는 더욱 적습니다. 왜냐하면 전체 서울 아파트 150만 호에는 빌라나 마찬가지인 이름만 아파트도 포함되고요, 충정 아파트처럼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아파트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는 재건축 철거나 노후 멸실 등의 이유로 연간 수만 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일정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면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심각하게 노후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90년대와 00년대에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아파트는 대략 40년이 지나면 주택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합니다. 건물뿐만 아니라 배관이나 전장 등의 기반 시설도 함께 노후화되기 때문이고요, 우리의 생활 양식이 40년 전과는 현저히 달라져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과거엔 자가용 자동차가 부잣집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가구당 두 대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8090시절에 지어진 아파트는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여 매일 아침 이중 주차된 차를 미느라 생 고생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2010년 이후의 아파트들은 입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주차장을 모두 지하로 밀어 넣어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80년대와 90년대, 00년대와 10년 이후의 아파트는 각각 세대가 달라지다시피 하는 큰 변화를 겪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준공 40년 차를 넘기면서 멸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반을 차지하는 90년대와 00년대의 아파트들은 아직 준공 40년 차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지난 10년 이상 재개발 재건축을 조직적으로 방해해 왔기 때문에 마침내 신규 공급보다 멸실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서울 아파트가 새롭게 생겨나는 양보다 사라지는 양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는 2025년에 4만 세대 가까운 마지막 대량 입주가 예정되어 있고요, 2026년과 2027년에는 모두 1만 세대 이하 입주로 공급 절벽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와 착공이 줄었으니 입주물량도 줄어드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인 것이죠. 그 반면 서울 아파트 멸실 예정 물량은 매년 1만 호 이상 꾸준히 발생 중이고요, 2030년 이후 90년대 준공 아파트들이 준공 40년 차에 도래하게 되면 매년 수만호 이상이 계속해서 멸실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2040년이 되면 00년 이후 준공 물량까지 멸실되기 시작할 테니 공급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서울 아파트는 더욱더 가파르게 줄어들게 되겠죠. 이렇게 모두가 원하는 서울 아파트는 의자 뺏기 게임인데요, 심지어 그 의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의자 뺏기 게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의자 뺏기 게임을 할 땐 다른 사람보다 더 날렵하고 눈치가 빠르면 이길 수 있는데요, 자본주의 사회의 의자 뺏기 게임은 무조건 돈이 더 많은 사람이 이깁니다. 지금도 깨끗하게 수리된 아파트가 조금만 저렴하게 나오면 매수 희망자가 여럿 붙어서 서로 가계약금을 보내겠다고 하는 즉석 경매가 펼쳐지곤 합니다. 이렇게 의자 하나가 시장에 나오면 두 사람 이상이 엉덩이를 밀어 넣으려고 하게 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많은 순으로 의자의 새 주인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서울 아파트라는 의자는 아직 대단히 많습니다. 왜냐하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90년대와 00년대에 공급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과반을 차지하는 서울 아파트들이 아직은 멸실 대상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하게 노후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30년 이후부터 90년대 준공 물량의 멸실이 현실화되고 나면 그땐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박 터지는 경쟁이 펼쳐질 것입니다. 심지어 그땐 지금보다 서울 집중화가 더욱 심화되었을 테니 수많은 지방 사람들의 탈 지방 러시가 이어지면서 더욱 아수라장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서울 아파트를 갖지 못한 분들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 아파트 시세가 뉴스에 도배되고 있다는 말은 아직 여러분들이 조금만 애쓰면 서울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https://m.blog.naver.com/notnamby/2238209533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