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쌓인 호텔신라…화장품 접고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면세사업 부진에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가 절실한 호텔신라가 이번에는 '시니어 레지던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장충사옥에서 열린 제52기 주주총회에서 종합휴양업과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신라스테이와 신라모노그램에 국한되지 않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호텔별 로컬(지역) 특색을 살린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와 마주한 가운데 시니어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시니어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주거 시장이다. 고령인구가 증가한다는 의미는 기대수명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단순 고령화 인구 비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닌 삶을 영위하는 기간이 증가하는 것으로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가 수반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비례해 시니어 산업의 성장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구매력을 갖춘 고령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여지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사업 기회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정관에 사업목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호텔 운영을 통한 접객 서비스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호텔신라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타겟 삼은 배경에는 부진한 면세 사업이 존재한다. 호텔신라의 면세(Travel Retail·TR) 부문은 지난 한 해 3억2819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전년 보다 11.8%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영업손실 -69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에 적자다. 2022년 당시만 해도 4조원을 웃돌던 매출이 이듬해 3조원 벽이 무너지면서 2조9337억원으로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회복 조짐을 나타내며 다시 3조원 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23년 223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를 가리켰고, 영업이익률도 -2.1%까지 추락했다. 호텔신라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이 적자로 돌아서자 호텔신라 실적도 타격의 대상이 됐다. 매출이 3조9475억원으로 10.6% 증가하면서 몸집이 한층 육중해졌지만 이 전년 1000억원을 바라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6%에서 -0.1%로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소비 부양책에도 그 온기가 아직까지 면세점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면세품에 대한 가격 메리트를 낮추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면세 수요도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선 결국 수요가 회복될 필요가 있다. 높은 원·달러 환경 하에서 일반 관광객 수요가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소비 부양책에 효과로 따이공의 구매력이 확대될 수 있느냐가 현재로서는 중요한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단기적 실적 개선보다 면세업의 근본적 우려 해소가 중요한 시점이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이유는 소비 트렌드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따라 면세점의 수요 약세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내와 공항 모두 소매 고객 매출 회복이 더디고 이에 따라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의미 있는 수요 회복이 없다면 실적 가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면세점의 성장 가시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실적도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면세사업 자체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지난해 면세점들이 적자 전환했다"며 "3분기부터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신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화장품 사업 실패 사례가 그 근거다. 호텔신라는 2022년 6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과 함께 합작법인 '로시안'을 설립했다. 당시 호텔신라는 25억5000만원을 출자해 로시안 지분 30%를, 그리고 로레알과 앵커PE는 각각 30%, 40%를 취득했다. 그해 로시안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시효'를 론칭하고 럭셔리 포지셔닝을 구축했지만 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결국 2년 반 만에 철수했다. 기대와 달리 실적은 참혹했다. 로시안의 실적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론칭 첫해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023년에는 -81억원으로 불어났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로시안 장부금액이 ‘0’ 이하로 감소해 지분법 적용을 중지했다. 호텔신라가 인식한 로시안 장부금액은 2022년 20억원에서 2023년 6억원으로 감소했다. 누적 미인식 지분법손실금액은 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출자한 자본금보다 쌓인 지분법 손실이 더 커진 것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업(業)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이번 주총에서 "운영 효율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위기 극복과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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