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간을달려서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매수한지 약 반년이 지난 저의 1호기와 살고 계신 임차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투자하면서 겪게 되는 필연적인 일들 중 하나는 '임차인과의 관계'입니다. 저의 1호기는 '세 낀 물건'이었는데요. 매수 당시 임차인은 3살짜리 아기가 있는 신혼부부로, 만 3년째 살고 계셨습니다. 그 집에서 오래 살고 싶어하셨고, 만족하며 지내고 계셨습니다. 201X년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흔히 있는(?) 화장실 벽 타일 작은 균열 빼고는 크~게 하자가 없어서 트집잡아 깎을 수 없었던 물건입니다. 몇개월 전 투자를 마무리하고 난 후, 어떠한 연락도 없으셨던 그분이 임장 갈 채비를 하고 있는 주말, 갑자기 문자가 옵니다. 매물임장을 하는 날이었는데 도저히 집중이 안 되더라구요. 보일러가 고장나는 건 구축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지요. 빠르게 센터와 통화를 하고, 결국 보일러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님) " XX코드가 뜨고 있어요. 수리비는 45만원인데, 고쳐도 또 이렇게 될 확률이 있습니다. 제가 이 아파트는 접수를 많이 받아 아는데, 가격이 저렴한 모델로 단납을 했기 때문에 그냥 교체하시는게 나아요." 수리비는 45만원, 교체 비용은 83만원. 아파트에 타사 호환 배관이 없어 브랜드도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한 1분 고민하다가... 어차피 공제도 되니까.. 생각하며 그렇게 83만원 필요경비를 적립했구나 ! 생각했습니다. (극 T) 거의 한달 임장비용만큼 지출되었지만 결국 나중에 매도할 때 '보일러 N년 전 교체' 이렇게 홍보하면 되겠네~ 하고 넘기려고 했구요. 용맘튜터님께 조언을 구해 임차인에게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빠르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한겨울인데, 애기가 추울까 걱정이 되어서 얼른 해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 그냥 새로 교체했어요.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색(?)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말씀 드리니 고맙다고 해주시고 기분좋아 하셨습니다. 사실 매수하던 때에도 집을 보여주던 이 임차인 분은, 조금 범상치 않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집 계약금을 넣고나서 저에게 이러이러한 하자는 원-래 있던 것이라고 콜라주된 사진을 보여주셨거든요. 때문에 "정말 꼼꼼하고 예민한 분이다" "혹시라도 이 분과 관계가 틀어지면 좀 복잡할 수도 있겠다." "나중에 매도할 때, 괜찮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보일러를 교체하고 난 뒤, 한 일주일 지났을까요. 또 문자가 와서 당황했습니다. 사진도 같이 와서 빠르게 스캔했는데, 뭔가를 확인하라는 아파트 공문이었습니다. 관리사무소 측과 시공사 측의 소송전이 반복되면서 제가 산 집의 매도자가 맨 처음 분양당시 하자소송에 참여했었다면 세대별로 할당되는 소송 판결금이 주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를 이미 입주한지 6년이 지난 시점에서 매수를 했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진행되는 줄도 모르고 샀습니다. 당연히 시공사 측에 요구하는 하자관련 보상은 모두 다 끝나있을 거라 짐작했는데 " 채권양도양수동의 세대의 현재 소유자만 배분함." 고맙게도 저희 임차인 분이 이런 소식을 물고 와주셨기 때문에... 그리고 심지어 관리사무소에 확인하여 저희 집도 소송판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도 전해주셨습니다. ^^ 회사에서 만났다면 정말 일 잘하는 과장님이셨을 것 같아요 ^^ 일상에 바쁜 분이시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또는 귀찮았을 수 있는데 친절하게 집주인에게 안내문을 전달해주시는 걸 보고 솔직히 감동 먹었습니다. 그리고 서류 챙겨 후다닥 관리사무소에 보내니 정말로 일주일 지나 입금이 되더라구요... 이 일을 통해 저는 생각을 좀 달리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면이 있고, 항상 나쁘지도 않고 항상 좋지만도 않다. 비록 수익을 얻기 위해 이 집을 샀지만, 집은 엄연히 누군가가 삶을 내어주는 장소이다. 임차인은 경계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우리집을 살기 좋게 가꾸고, 관리하고, 무언가 불편하면 이야기해주는 정원사 같은 사람이다. 좋은 임차인을 만났고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을 얻게 되었고, 그게 설령 운이라고 해도 보일러를 바꾼 뒤 뭔가 따듯한 봄처럼 다가온 일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후 제가 이 집을 매도하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릅니다. 아직도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제가 이 집을 살 때 느낀 감정처럼 집을 보기 쉽지 않구나 그래도 집 관리는 깨끗하게 하시는구나 미래의 매수자가 똑같이 느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제가 이 분과 관계를 좋게 이어가려고 노력만 한다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이해 받고, 이해를 해주고 타협점을 찾으면 되는구나도 느꼈습니다. 결론이 좀 이상한데요~! 보일러 값이 굳어서 기분이 좋은 누군가의 해프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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