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대기업 입사 마지막 관문인 2차 최종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이 문만 통과하면 그렇게 꿈에 그리던 대기업에 합격한다. 대학 4년, 직장 생활 8년, 총 12년을 기다려온 마지막 관문이다. 1차 면접을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 같이 면접만 생각했다. 몰입의 힘을 믿었다. 그렇게 2차 면접 하루 전날이 됐다. 퇴근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베 안에서 평소 때와 다를 바 없이 거울을 조금 보다가 우연히 옆에 게시판을 보게 됐다. 음... 정전이라고? 뭐지? 이런 일 별로 없었는데? 어!?!?!?!?!?!?!? 뭐라고!?!?!?!? 정전!?!?!?!?!?!? 오마이갓!!!!!!!!!!!!! 그렇다. 1차 면접과 동일하게 2차 면접도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번 1차 면접 때 대여했던 스터디 카페에 소음이 조금 나서, 이번 2차 최종 면접 때는 그냥 집에서 화상 면접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전이라니!? 정전이라니!!!!!!! 실제로 엘베에 붙어 있는 게시판 정전 문구를 보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내가 오늘 이걸 못 봤으면 어떻게 됐을까? 내일 정전인 줄도 모르고 화상 면접에 참석을 못 하게 되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아니 아찔한 정도가 아니라 진짜 끔찍했다. 바로 구여친/현아내에게 전화했다. "내일 아파트 정전이래..." "어쩌지??" "진짜???? 갑자기 뭔 일이래?" "괜찮아~ 차분하게 인근에 회의실 있는지 찾아보자" "응 알겠어 한번 찾아볼게!" 그렇게 집 근처 조용한 회의실이 있나 빠르게 검색했다. 찾았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조용하고 집중을 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회의실 예약했어!" "어으 나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하루 전날 정전인 거 알아서 회의실 예약했잖아~" "이제 차분하게 면접 준비하자~" 여친이 없었으면 정말이지 멘탈이 무너졌을 것이다. 드디어 대망의 2차 최종 면접날. 다행히 하루 전날 극적으로 정전 사실을 알고 조용한 회의실을 예약했다. 그래도 1차 면접 때, 화상 회의를 해봐서 그랬을까? 대충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낌이 왔다. 노트북 카메라도 내 상체가 잘 보이게 세팅해 놓고, 모든 준비는 끝났다. 하, 떨린다. 이 마지막 2차 면접 30분으로 내 운명은 결정된다. 합격해서 그토록 바라던 대기업에 들어가느냐? 아니면 다시 정팀장님이 있는 회사로 돌아가느냐? 면접 시작하기 1분 전... 시작됐다. 마지막 결정의 순간이. 2차 최종 면접은 임원 면접이다. 1차 실무진 면접보다 더욱 '태도'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신입 사원의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안녕하십니까! 지원자 주잇입니다!" 2차 면접은 PPT 자료 발표를 해야 했다. 자료는 당연히 미리 다 준비를 해놨다. PPT 자료를 열고, 화상 회의에 띄우려고 하는데... 앗? 이상하다? 화면이 안 나온다? 당황하면 안 된다. 이것도 다 평가될 것이다. "PPT 자료가 안 열리는 거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네네 괜찮아요~" "긴장하지 마시고, 천천히 확인해 보세요~" "옙! 감사합니다!" 하... 어쩌지 왜 안 열리지? 이것저것 다 만져봐도 안 된다. 무슨 문제지?? 당황하면 안 된다. 면접을 망칠 수 없다. 방법을 찾자. 해결책을 찾자. "혹시 제가 PPT 파일을 보내드리면 면접관님께서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네, 그렇게 해보시죠" 그렇게 약 5분의 시간이 흘렀고, 다행히 PPT 파일은 열렸다. 체감은 약 1시간이 지난 것만 같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발표를 진행했다.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까지 잘 보여줘야 한다. 어차피 회사일이 위기의 연속이니까. 그렇게 30분의 짧은 면접이 종료됐다. "오늘 면접 고생하셨습니다." "결과는 추후에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옙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 정말이지 2차 최종 면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1. 면접 하루 전날 갑작스럽게 아파트 정전이 되질 않나, 2. PPT 발표 자료가 열리지 않아서 당황하게 하질 않나. 그래도 어찌저찌 면접을 마무리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 훌훌 털어버리자. 그래도 속상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는지 여친에게 전화해서 하소연한다. "아으 진짜 PPT 자료 안 열려서 너무 긴장했어..." "괜찮아~ 그래도 준비 잘 했으니까 우선 기다려 보자" "오늘 맛있는 거 먹을까?" "그래! 일단 끝났으니까 오늘은 맛있는 거 먹자!!!" "양 갈비 어때?" "너무 좋지~" 2차 최종 면접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났다. 아직도 연락이 없다. 보통 한 달 정도 지나면 결과가 나올 텐데... 왜 이렇게 안 나오냐... 두 달이 지났다. 하... 진짜 피 말리네. 도대체 결과는 언제 나오는 걸까? 떨어진 거 아닐까? 그래도 보통 불합격 통지도 해주는 법인데... 좀만 더 기다려보자. 세 달이 지났다. 이 정도 되니까 진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폰 알람이라도 울리면 결과 문자인 줄 알고 잽싸게 폰을 열어 재꼈다. 아, 아니구나...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평일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다. 문자 하나가 온다. 띠링 '최종 면접 결과를 메일로 발송하였으니 확인 바랍니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옆에 앉아 있는 동료에게까지 들리는 듯했다. 우선 나가자.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회사 건물에서 나와 비를 부슬부슬 맞으며 메일 로그인을 했다. 왔다, 메일. 자... 이제 진짜 결과를 확인할 차례다. 너무 떨렸다. 진짜 제발... 신이시여!!!!!! 제발!!!!!!!!!!!!!!!!! 메일을 클릭한다. "최종 합격입니다." 으아!!!!!!!!!!!!!!!!!!!!!!! 으아!!!!!!!!!!!!!!!!!!!!!!!!!!!!!!!!! 으아!!!!!!!!!!!!!!!!!!!!!!!!!!!!!!!!!!!!!!!!!!!!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만약 사무실 안에서 메일을 열어 봤다면 소리를 질렀을 거다. 밖에 나와 확인하길 잘 했다. 합격 메일을 받자마자 여친에게 전화했다.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머리와 옷이 반쯤 젖어 있었다. "나 합격했어!!!!" "나 합격했어!!!!!!!!" "어머 진짜!!??!?!?!" 갑자기 아무 말이 없어진다. 여친이 흐느껴 울고 있다. 옆에서 티는 안 냈지만 혼자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정말 자소서를 쓸 때부터 여친이 옆에서 봐주고 도와주고 같이 준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랬을까 내 간절함을 알기에 울음이 터져 버린 것이다. "너무 축하해 오빠!" "나 너무 기뻐" "근데 왜 울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와ㅠㅠ" "하 너무 좋다 진짜!!!" "진짜 내 사랑 아니었으면 나 대기업 합격 못했을 거야" "진심으로 고마워~" 빈말이 아니라 진짜였다. 여친이 자소서 첨삭도 해주고, 발표할 PPT 자료도 봐주고, 면접 롤플레잉도 해주고, 안 도와준 게 없다. 그렇게 여친과 통화를 마치고 그제야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나 대기업 합격했어!" "어?!?!?!? 뭐라고??" "대기업 최종 합격했다고~" "어머어머어머 진짜!?!??! 너무 좋다!!!!" 그동안 엄마 속을 참 많이도 썩인 거 같은데, 대기업 합격이라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엄마도 기뻤는지 단 하루 만에 모든 친척들에게 전부 말했더라. 친척 형에게 전화가 왔다. "주잇 너 대기업 합격했다며~" "축하한다~" 소문은 빠르다. 그렇게,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에게 합격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도 소식을 듣고 정말 좋아하셨다. 그래도 우리 집안에 대기업 출신 한 명 생긴다면서 말이다. 그리고 들어간 대기업에 대해서 알고 계신 지식들을 뽐내신다. 뉴스를 챙겨 보셔서 그런가 나보다 더 잘 알고 계시는듯하다. 뿌듯하다. 효도를 한 것만 같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머리와 옷이 다 젖었는데도 행복하다. To be continue... 오늘도 저슷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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