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년 넘게 지켜본 물건이 있었습니다. 상가주택 물건이지만 사실상 토지로 봐야하는 물건이었죠. 2년 전에 처음 경매로 나왔을 때에는 명의가 없어서 군침만 흘렸었고, 이번에 경매로 다시 나왔을 때에는 이미 당분간 상가 투자에 전념하기로 한 이상 입찰 계획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찰이 너무 많이 되는 바람에 이번에 관심을 갖고 검토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검토를 할 수록 많이 유찰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물건으로, 부동산을 7군데 방문하였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건축사 3곳에서도 부정적이었고요. 그러나 시청을 여러번 오가며 지자체 수많은 담당자들과 논의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 담당자와도 여러번 소통을 하고, 법령을 찾아보고, 복수의 건축사, 행정사, 철거업체, 기건축물의 건축사와 토목설계사까지 찾아가는 노력 끝에 실마리를 잡고 입찰에 참여하였습니다.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나름 스펙타클해서, 마치 코인그래프처럼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도 마음 속의 성공가능성은 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할까요? 입찰 전날 오후 늦게 우연히도 채무자의 과거 건축,행정상 서류와 과거 행적까지 손에 넣는 바람에 모든 실마리를 풀고 와이프와 쾌재를 불렀습니다. 적은 실투금을 투입하면 80% 이상의 확률로 10~15억 차익이 예상되는 물건이었습니다. 실패해도 수억 차익, 최악의 경우에도 본전 이상으로는 EXIT이 가능하고요. 흔적들을 따라가본 결과 아무도 제가 찾은 실마리들을 만진 흔적이 없어서 과감하게 전회차 언저리까지 적으며 낙찰을 낙관했습니다만, 패찰의 쓴 잔을 들이켰습니다. 10억 이상의 차익은 물론이고, 고난이도 대출, 고난이도 명도, 고난이도 행정업무, 실패했을 경우 복수의 EXIT Scenario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물건이고, 나 혼자 실마리를 잡았다고 판단하여 충분히 높게 써서 1등을 너무 자신했기 때문에 충격이 좀 컸습니다. 원래 이런 날에는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그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바로 상가투자에 대한 2가지 인사이트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인사이트. 저는 토지투자 공부를 4년 정도 했었습니다. 누가 보기엔 경력이 짧아보일 수 있지만, 경기도 전역에 대하여 공부와 임장을 정말 치열하게 했기 때문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누구 못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인생 물건도 여러번 만났고(스쳐지나갔지만), 1년만에 2배 차익을 내기도 했고, 호재덩어리 토지를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토지투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눈덩이가 커질 수록 더이상 투자가 불가능해집니다. 사업으로 많은 월현금흐름을 벌고 있지 않다면 말이죠. 금리가 오르며 지속가능한 투자를 위해서는 상가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매번 그러했던 것 처럼, 공법과 이론을 공부하고, 강의를 듣고, 언제나 머리속으로 상가를 생각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성격상 많은 물건을 매입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운이 따라주어 직장인 월급 정도의 현금흐름은 확보하였습니다. 그런데 상가투자를 검토하고, 임장을 다니는 20개월 동안 뭔가 앙꼬없는 찐빵같은 느낌을 계속 받았습니다. 이렇게 투자하는게 맞나? 내가 제대로하고 있는게 맞나? 하는 느낌말이죠. 그 느낌이 무엇인지 이번에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치열함과 집요함이 빠져있었다는 것입니다. 토지투자가 재미있는 점은 바로 지자체 계획과 공법과 사법 등이 얽혀있고 필지마다 개별성 강하기 때문에 조사하는 만큼 의외성이 많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물건이 애매할수록 저절로 집요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물건을 검토하면서 고작 3일간 부동산 7곳과 건축,설계 4곳, 그 외 기관 담당자 10명이상과 접촉했습니다. 두 곳에는 3번이상 방문하기도 했고요. 엄청난 강행군이었습니다. 그런데 20개월간 상가투자를 이렇게 접근한 적이 있는지 돌아보니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단 한번도요." 애매한 물건은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하고, 슥 한두번 다녀오고 대부분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쉬운 물건으로도 비슷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거든요. 쉬운 물건은 쉬운 물건대로 주변 월세와 실거래가를 손품으로 파악할 수 있으니 뻔해보이면 입찰하지 않거나 엉성한 임장 후 입찰하는 식이었습니다. 당연히 의외성이 발생하기는 어렵겠죠. 토지에서의 집요함이 지자체 계획, 공법, 사법 등을 파헤치는 것이라면, 상가에서의 집요함은 주변 임차인, 정확한 시세, 채무자 행적, 업종분석, 약간의 공법 등일 것입니다. 저는 기질 특성상 상가에서의 집요함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등한 입장에서의 대면 미팅이나, 서류적으로 이론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사람을 대면하고 乙의 입장에서 부탁하고 읍소하는 것은 잘 못하거든요. 그러나 어렵더라도 해내야 합니다. 상가투자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요. 그게 안되면 그냥 토지투자를 해야합니다. 엉성하게 오래 붙어있는다고 해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을 믿어야 할 때입니다. ※ 양질전화의 법칙 : 일정한 '양'의 증가가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두번째로 얻은 인사이트는 바로 나에게 맞는 상가투자 방식입니다. 저는 목표수익률이 높으나, 돌다리도 두드리는 성격입니다. 정말 다행인 것이 목표수익률만 높으면 리스키한 투자를 진작에 감행하여 어려움에 놓였을 것인데, 신중한 성격상 큰 실패를 맛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투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참 호황장 때에는 그렇게 임장을 많이 다녔음에도 수억의 투자금을 2년간 모셔만 놓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격상 토지는 1타 강사들이 권하는 방식대로 투자하게 되지 않더라고요. 누구나 좋아할만한 토지는 당연히 저렴하게 매입하기 힘들고 의외성도 적습니다. 한번 투자해놓고 편안하게 기다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방식이 맞겠지요. 그러나 소소하게 혹은 중박의 성과를 가져올 순 있겠지만 대박의 성과는 확률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외성이 내재된 물건을 검토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수익을 내는 방식이 맞습니다. 설사 그것이 트렌드에서 약간 벗어나고 장기수익률은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특정 조건의 물건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그것을 하는게 맞습니다. 흥미가 곧 실력이 되기 때문이죠. 그 의외성이란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만큼 숨겨진 작은 호재일수도 있고, 공법이나 사법 상의 틈새일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물건의 특성은 평소 지자체 고시공고나 업무계획을 꿰고 있거나, 조사를 집요하게 하면 남다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표수익률이 높고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니 당연히 이런 물건에 흥미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상가투자를 어떻게 하고 있나 봤더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겁니다. 어떤 강사는 상권의 1입지 상가를 투자하라고 하고, 또 어떤 강사는 유흥상권이 아닌 근린상권만 투자하라고 합니다. 또다른 강사는 학원,병원 위주의 건물에 투자하라고 합니다. 쉬운 정답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좋아할만한 상가는 당연히 저렴하게 매입하기 힘들고 의외성도 적습니다. 목표수익률이 소박하고 상가투자가 매우 무섭게 느껴진다면 이런 방식이 맞겠지요. 그러나 대박의 성과는 확률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이론에 따라 점점 검토하는 물건을 좁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안좋아보이는 상권은 버리고, 상권 내 입지가 떨어지는 물건은 버리고, 유흥상권은 끝났다고 하니 버리고, 지방은 인구소멸된다고 하니 버리고. 그러고나니 남는 물건이 없습니다. 높은 목표수익률을 위해서는 의외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의외성을 기대하고자 하면 뻔하지 않은 물건에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그게 제 취향이고요. 이런 물건에서 가슴이 뛰는 흥미를 느끼는데 토지와 달리 강사들이 추천하는 투자방식대로만 움직이고 있었으니, 집요한 조사도 되지 않고 앙꼬없는 찐빵같은 임장만 다녀올 수 밖에요. 생각해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상가들도 모두 애매한 상권에 있습니다. 공실밭인 물건도 있고, 유흥상권에 있는 물건도 있습니다. 이런 상가들로 연수익률 30%이상을 달성했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토지에서 상가로 넘어온 초반에는 뻔하지 않은 물건에서 기회를 찾자고 결심해놓고선,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던 것입니다. 강사님들께 배운 내용은 매입할 물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투자방향은 내가 가장 흥미를 느껴서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누군가는 공실밭에서 진주를 찾는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망해간다는 유흥상권에서 역발상을 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망한 사우나만 찾아다닐수도, 업종에 진심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투자생활 5년을 돌이켜보면 "인생 물건"은 계속 나옵니다. 가슴이 뛰었던 물건을 세어보면 10개 이상이지만, 그 중에서 나중에는 내가 잘못봤구나 하는 물건을 빼면 1년에 1~2개정도는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돈이없다, 조사가 부족하다, 확신이 없다라는 이유로 포기한 물건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가시권에 들어오더니 이번에는 거의 손아귀까지 왔었습니다. 수년 내에 기회를 잡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기회비용이 낮고 기대값이 큰 기회에 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라. (나심탈레브)" https://blog.naver.com/gehen0316/222947052650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향성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패했을 경우 EXIT이 가능하고 상방이 열려있는 기회에 꾸준히 문을 두드려봐야겠습니다. 원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gehen0316/223736758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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