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로 아이들의 놀이감 만든다" 버려지는 산업 폐기물의 가치, '휴면자원'이라 이름 붙이다 휴면자원으로 만든 놀이감, 미래세대의 창의력과 성장 돕는다 기업들의 제품 생산 공정 중 발생하는 불량품, 부산물, 자투리 등 쓸모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 아이들의 놀거리를 만드는 비영리기업이 있다. 기업들이 무심코 버리는 자원에 ‘휴면자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를 활용해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개방적 놀이감을 만드는 비영리기업 ‘자원’(Zaone)이다. 놀이는 인간의 성장에서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유아기와 성장기에서 놀이를 통해 인지, 언어, 사회성, 정서, 운동능력 등을 향상시킨다. 즉 어떤 놀이감으로 어떤 놀이를 하느냐는 한 사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공간 운영 및 교육 콘텐츠 설계 등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페이퍼풀즈(서울연필)’을 운영하던 이수영 대표가 비영리기업 ‘자원’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이러한 놀이의 중요성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인간의 잠재력은 계속 시도하게 하고 도전하게 하는 환경이 따라줘야 발현되는데, 구조화된 교육 시스템, 제도권 중심의 학습 문화에서 요구되는 놀이감은 이러한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며 “메뉴얼된 놀이감에서 아이들은 도전과 시도 대신 해답을 찾으려하는 모습을 보였고,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발달 차이 등의 격차가 발생했다. 개방성이 높은 놀이감이 필요하다”고 새로운 놀이감에 주목한 계기를 회상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생각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비접촉, 비대면 문화가 현실화되면서 어린이들의 공간을 디자인하던 페이퍼풀즈는 업종의 위기를 겪게 됐고, 이 상황에서 이 대표는 양극화 심화에 대한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업종의 위기를 직면하면서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고, 그 영향은 빈부 격차,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양극화 해소, 놀권리 향상을 위한 사업, 생산된 장난감이 아닌 소재를 받기 위한 비즈니스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많은 폐자원을 수거하고, 더 유용한 놀이감을 만들기 위해 비영리기업 ‘자원’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원이 만드는 놀이감은 다양한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발생한 불량품, 자투리, 산업부산물 등의 폐자원이다.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무해하며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것들이다. 자원은 이러한 폐자원들도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휴면자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폐자원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한 방침이다. 자원은 기업들을 통해 휴면자원들을 수거한다. 불량 식품용기, 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면 자재, 자동차 회사에서 안전성 검사 이후 발생하는 플라스틱, 가구 제작 시 발생하는 폐목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대표는 “자원의 휴면자원으로 활용해 달라는 기업 중에 의류 제품이 상당히 많은데, 많은 양이 공정에서 발생한 폐자원이 아닌 시즌이 지나 팔리지 않는 제품이나 단추가 달리지 않는 정도의 불량품으로 폐기물이라고 볼 수 없는 소재들이 많다”며 “이러한 제품들은 휴면자원으로 받지 않고 있다. 자원이 추구하는 휴면자원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폐자원으로, 자원은 이를 활용해 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거된 휴면자원은 유해성 검사를 거친 뒤 날카로운 부분을 갈거나 마감 처리를 거쳐 아이들의 놀이감 형태로 제작된다. 이때 제작되는 놀이감은 목적성이나 방향성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들이 구멍을 뚫거나, 조립을 하는 등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개방형 놀이감이다. 이러한 자원의 놀이감은 지역아동센터, 장애인복지관, 이주배경아동센터 등에 보급돼 실제 활용여부, 놀이 방식 등을 체크한 뒤 다양한 놀이, 교육 프로그램에 보급‧활용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원은 휴면자원을 제공한 기업들에 휴면소재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재사용, 환경적 가치), 놀이감은 어떤 교육효과를 창출하고, 사용방안 등은 무엇인지(교육적 가치)를 담은 2개의 임펙트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단순히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한다는 것만으로 ESG를 이행한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원은 휴면 자원을 제공하는 기업과 함께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활동이 얼마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데이터화해 ESG워싱이 아닌 진짜 ESG 경영을 실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에 다양한 기업들도 자원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휴면자원으로 제공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자원의 놀이감으로 놀이 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유한킴벌리는 자원과 자투리 면소재로 놀이키트를 제작해 제품 사용 양육자 및 기후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놀이 문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원은 오는 4월 20일 휴면자원의 가치를 알리고, 휴면자원을 활용해 만든 놀이감을 실제로 활용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 ‘휴면자원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자원의 놀이감은 현재까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제품을 생산 중이지만, 2026년부터는 성인부터 시니어까지 활용할 수 있는 놀이감을 만들고자 한다”며 “휴면자원센터를 통해 휴면자원의 가치를 알리고, 폐자원 감축, 놀 권리 향상에 앞장서는 비영리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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