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 가족의 투자를 도와드렸습니다. 3월 초에 첫 임장으로 서울 5개 구 9개 단지를 하루 만에 빡세게 다녀온 후, 며칠 뒤인 그다음 임장 때 실제 물건을 몇 군데 본 후 그날 바로 가계약금을 쏘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가족이 가계약금을 입금한 후 본 계약을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 토허제 해제가 번복되었고요, 토허제 재시행까지 남은 며칠 동안 서울 부동산 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토허제 해제의 번복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퍼뜨린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에 제가 알아보고 계약한 단지는 규제지역도 토허제 적용 대상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토허제로 생난리를 치르고 나자 매물로 나와있던 물건이 대부분 소진되어 버렸으니까요. 아마 서울로의 갭투자 길이 점점 막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지방 부호 분들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오래 걸렸던 일은 투자금 결정이었습니다. 계약에 얼마까지 동원 가능한지를 결정하는 일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투자에 있어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이 바로 투자금 마련일 것입니다. 머릿속으로야 서울 아파트를 사면 된다는 답이 다 나와있지만 막상 돈이 없으면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사회 초년생분들은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저축을 하기도 하고 주식 코인에 빠져 기껏 만든 종잣돈을 까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미 종잣돈이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도 막상 투자금 결정에 오랜 시간을 소모하곤 합니다. 정확히 얼마까지 투자하면 좋을지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래서 이번에 가족분의 투자를 도와드릴 때, 가족분이 얼마까지 투자 가능한지를 결정하시기를 기다리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마 그 투자금의 정확한 파악에만 몇 달쯤 걸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투자금이 결정된 후에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실제로 임장을 단 이틀 다녀온 후 가계약금을 입금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만 정해지고 나면 거기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부분의 부동산 투자 정보를 손바닥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 가능금액 또는 갭 가격 등을 앱에서 조회해 보기만 하면 당장 서울 지도에서 당신이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만 선별되어 쫙 표시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울 지도에 펼쳐진 수많은 아파트 단지 중에서 당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단지를 고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저는 지난 3년 동안 거의 매일 부동산 공부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항상 파악하려 애썼고요, 비슷한 투자금이 필요한 여러 물건들 중 장단점을 가리는 vs 놀이 따위에 익숙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초기 투자 n 억일 때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는 일은 너무나 쉬웠습니다. 오히려 제겐 그 초기 투자금 n이 얼마인지를 알아내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이번 계약 때 제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이렇게 매물이 갑자기 잠겨버린 상황에 당황했을 것입니다. 이번 일로 비 규제지역, 비 토허제 지역에서도 호가가 단숨에 몇천씩은 올라버린 상황인데요, 투자금 이외의 여윳돈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계신 분은 아마도 대단히 드물 테니까요. 결국 제가 첫 임장 며칠 후 물건 몇 개 보고 그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그날 하지 않았다면,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쏙 들어가 버린 탓에 지금보다 좀 더 하급지로 계약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번 혼란이 잠잠해질 때까지 좀 더 관망해 보자는 분들도 많은 줄로 압니다만, 저는 그렇게 관망하면서 좋은 기회 다 날려보내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집이 언제 제일 싸고 언제 제일 비싼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가족의 투자를 도와드리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서둘러서 했더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부동산 시장에는 많은 분들이 집을 살지 말지 고민 중이거나 갈아타기를 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저처럼 미친척하고 임장 사나흘 만에 가계약금을 넣긴 겁이 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일단 등기를 치기로 마음먹으셨다면 한 달을 넘기지 않고 가계약금을 넣으시면 좋은 결과 얻으실 것입니다. 투자의 세계는 공부 많이 하고 고민 많이 한 사람이 돈 버는 세계가 아니라 한 살이라도, 한 달이라도 더 어릴 때부터 투자를 시작한 사람과 한 살이라도, 한 달이라도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돈 버는 세계이니까요. https://m.blog.naver.com/notnamby/223813530983 |